뭐지? 그냥 지휘봉이 아닌가?

집어 들어서 살펴봤지만 특별한 장치는 없어 보였다.

체르니부터.

백현은 지휘봉을 도로 내려놓고 체르니 악보를 펼치고 쳐내려 갔다.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들을 위한 기본 연습곡집이다. 콘서트에서는 널리 연주되지 않지만 기초 연습에 무척 유익했다.

어릴 적에는 실력을 늘리기 위해 매일같이 연주했다. 지금도 다른 곡을 치기 전에 체르니를 몇 곡 연주하며 손을 풀곤 했다.

자신도 모르게 흥이 나서 박자가 빨라졌다.

건반을 따라서 한 음 한 음 올라가는 스케일을 치다 보면 박자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했다. 박자를 일정하게 하는 것은 타고난 재능과 함께 많은 노력과 주의력과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했다.

콧노래를 부르며 연주를 하던 백현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은 듯해서 연주를 멈췄다.

도둑이 들었나?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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